추석 음식, 8월보다 9월이 위험합니다 — 식중독 45건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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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끝나고 늘 반복되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차례 끝나면 전이랑 나물이 한가득 남죠. 큰 접시째 랩 씌워서 냉장고에 넣습니다. 다들 그렇게 하시잖아요.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고요.

사흘쯤 뒤에 그 전을 꺼내 데워 먹습니다. 그날 밤에 누군가 배탈이 납니다. 같이 먹었는데 한 사람만 그러기도 하고요.

그러면 대개 이렇게 넘어갑니다. “체했나 보네.”

그런데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를 펼쳐보면, 그 시기가 우연이 아닙니다.

식중독이 가장 많은 달은 한여름이 아니라 9월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추석 음식 보관은 한여름 나기보다 더 조심해야 하는 일이었던 셈이에요. 대부분은 정반대로 알고 계시고요.

3줄 요약
  • 식중독은 8월(42건)보다 9월(45건)이 많습니다. 다들 9월엔 방심하거든요.
  • 외울 숫자는 넷입니다. 냉장 5℃ · 냉동 -18℃ · 고기 75℃ · 어패류 85℃.
  • 그런데 이 숫자, 눈으로는 절대 모릅니다. 그게 이 글의 핵심입니다.

🔴 한여름보다 9월이 많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입니다. 숫자를 보시면 좀 의외실 거예요.

월발생 건수환자 수
7월37건—
8월42건—
9월45건1,475명
10월23건—
11월15건—
식품의약품안전처 월별 식중독 발생 통계. 9월 한 달이 연간 전체의 14~15%를 차지합니다.

9월이 가장 높습니다. 그리고 10월로 넘어가면 절반으로 뚝 떨어져요. 9월만 유독 튀어 있다는 뜻입니다.

왜 그럴까요. 식약처가 짚은 이유가 꽤 설득력 있습니다. 아침저녁은 선선한데 낮에는 아직 기온이 올라간다는 겁니다.

한여름엔 다들 긴장합니다. 조금만 밖에 둬도 상한다는 걸 아니까요. 그런데 9월은요? 아침에 서늘하면 “이제 괜찮겠지” 하게 됩니다. 사람 심리가 그래요. 그 사이 낮 기온은 여전히 올라가 있고요.

여기에 추석이 얹힙니다. 1년 중 음식을 가장 많이 만드는 주간이 하필 그때예요.

범인의 4할은 살모넬라입니다

원인균발생 건수환자 수
살모넬라79건 (25%)4,248명 (43%)
노로바이러스68건—
병원성대장균23건—
건수는 25%인데 환자 수는 43%입니다. 한 번 터지면 여럿이 같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이 표에서 눈에 걸리는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건수는 4분의 1인데 환자는 절반에 가깝다는 것. 한 번 터지면 한 사람이 아니라 한 상에 앉은 사람 전부가 걸린다는 얘기입니다.

살모넬라가 어디서 오느냐. 주로 달걀과 육류입니다. 그러니까 전, 산적, 잡채, 육전. 추석 상에 올라가는 것들이 정확히 여기 걸립니다.

명절 식중독이 특히 억울한 이유
평소 식중독은 나 혼자 앓고 끝납니다. 그런데 명절은 온 가족이 같은 음식을 같이 먹어요.

게다가 증상은 보통 집으로 돌아간 뒤 나옵니다. 각자 흩어진 다음에요. 그러면 원인도 못 찾고 그냥 “여행 피로겠지” 하고 넘어갑니다. 명절 뒤에 온 가족이 며칠씩 고생하고도 이유를 모르는 집이 많은 게 이 때문입니다.

추석 음식 보관 — 외울 숫자는 넷뿐입니다

복잡한 거 없습니다. 네 개만 기억하시면 돼요.

냉장 보관      5℃ 이하
냉동 보관    -18℃ 이하

재가열   육류·햄·소시지   중심온도 75℃ · 1분 이상
         굴·조개 등 어패류 중심온도 85℃ · 1분 이상

여기까지는 어디서든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요. 진짜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지금 우리 집 냉장고가 몇 도인지, 아세요?

여기서 대부분 막힙니다. “냉장고니까 차갑겠지” 하고 넘어가죠. 그런데 명절엔 문을 하루에 수십 번 여닫고, 뜨거운 음식을 그대로 넣고, 칸이 꽉 차서 찬 공기가 안 돕니다. 설정 온도와 실제 온도는 다릅니다. 그것도 명절에 제일 크게 벌어집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온도계를 넣어보는 것. 몇천 원짜리로 몇 년을 씁니다.

냉장고 온도계는 측정 범위에 영하가 포함되는지만 보시면 됩니다. 냉동칸(-18℃)까지 재려면 필요하거든요. 걸이형인지 세워두는 형인지도 확인하세요. 문 쪽이 아니라 가장 안쪽 중간 칸에 둬야 실제 온도가 나옵니다. 숫자로 보이는 디지털이 아무래도 읽기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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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겉이 뜨거운 거랑은 다릅니다

남은 전을 데울 때 어떻게 하세요? 보통은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겉이 지글지글하면 끕니다. 그럼 다 익었다고 보죠.

그게 아니더라고요. 식약처가 말하는 건 중심온도입니다. 겉이 아니라 가운데 온도요. 동그랑땡처럼 두툼하고 다진 고기가 뭉쳐 있는 음식일수록, 겉만 뜨겁고 속은 미지근한 상태가 흔합니다.

그리고 그 속이 바로 살모넬라가 살아남는 자리입니다.

눈으로는 판단이 안 됩니다
색이 변했는지, 김이 나는지로는 중심온도를 알 수 없습니다. 특히 다진 고기·완자·두툼한 산적은 겉과 속의 온도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탐침 온도계는 재는 데 몇 초면 끝납니다. 명절에만 쓰는 물건도 아니고요. 닭가슴살, 삼겹살, 스테이크, 아이 이유식까지 계속 쓰게 됩니다.

조리용 온도계는 탐침(찔러 넣는 바늘) 길이와 반응 속도를 보세요. 탐침이 짧으면 두꺼운 고기 가운데까지 못 닿습니다. 반응이 느리면 재는 동안 뚜껑을 열고 있어야 하고요. 방수 여부도 확인하세요. 주방에서 물에 안 닿기가 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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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통 하나에 다 담지 마세요

맨 앞에 적은 그 장면, 전을 큰 접시째 랩 씌워 통째로 넣는 것 말입니다. 명절 뒤에 가장 흔한 모습이죠.

문제가 뭐냐면, 덩어리가 클수록 식는 데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겉은 금방 차가워져요. 근데 가운데는 몇 시간씩 미지근합니다. 세균이 제일 좋아하는 구간에 그만큼 오래 머무는 거죠.

해법은 단순합니다. 얕고 넓게, 여러 개로 나눠 담기. 그게 전부예요.

덤도 있습니다. 소분해두면 먹을 만큼만 꺼내 데우게 됩니다. 큰 통에서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하면, 그때마다 전체가 미지근해졌다 다시 식어요. 그 과정이 제일 안 좋습니다.

소분 용기는 깊은 것보다 얕고 넓은 것이 낫습니다. 빨리 식어야 하니까요. 전자레인지·냉동 동시 사용 가능 표기를 꼭 확인하세요. 꺼내서 그대로 데울 수 있으면 손이 확 줄어듭니다. 같은 규격으로 여러 개인 세트가 쌓기에 좋고, 냉장고 공간도 덜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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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안에 다 못 드실 양이면, 고민하지 마시고 바로 냉동으로 보내세요. 냉장에 오래 두는 것보다 낫습니다. 다만 그냥 얼리면 얼음이 끼고 냄새가 배죠. 공기를 빼는 게 관건입니다.

진공 보관은 전용 봉투가 계속 필요한 방식인지부터 확인하세요. 나중에 드는 비용이 여기서 갈립니다. 습기 있는 음식(국물·나물)도 되는 모델인지도 보시고요. 안 되는 제품이 꽤 있습니다. 명절에만 쓰기 아까우면 손으로 공기 빼는 진공 지퍼백부터 시작해보셔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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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에도 순서가 있더라고요

이건 저희도 자료를 정리하다 알게 된 건데요. 식약처가 권하는 장바구니 담는 순서가 따로 있습니다.

상온 가공식품 · 농산물
      ↓
냉장식품
      ↓
육류
      ↓
어패류            ← 마지막에, 계산 직전에

이유는 간단합니다. 상하기 쉬운 걸 가장 늦게 담아야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아지니까요. 장 보는 데 40분, 집까지 20분이면 어패류가 한 시간을 밖에 있는 셈인데, 순서만 바꿔도 그게 15분으로 줄어듭니다.

귀성·귀경길은 더합니다. 음식 싸서 차에 싣고 서너 시간을 갑니다. 막히면 더 걸리고요. 트렁크 온도는 생각보다 높습니다.

보냉백은 용량보다 단열재 두께가 중요합니다. 얇은 건 두 시간이면 한계예요. 바닥까지 단열이 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트렁크 바닥이 제일 뜨겁습니다. 아이스팩은 위에 올려야 합니다.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가거든요. 밑에 깔면 효과가 반으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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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하나로 다 하고 계시죠

솔직하게 여쭙겠습니다. 명절 아침에 도마 몇 개 쓰세요?

대개 하나입니다. 손은 두 개고 주방은 좁고 시간은 없으니까요. 생선 손질하고 헹궈서 나물 썰고, 또 헹궈서 고기 썹니다. 대부분 그렇게 하십니다.

그런데 식약처가 식재료별로 칼과 도마를 나눠 쓰라고 못 박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물로 헹구는 정도로는 살모넬라가 안 떨어집니다. 그게 그대로 생으로 먹을 나물이나 과일로 넘어가는 거죠. 이걸 교차오염이라고 합니다.

익혀 먹는 음식은 그나마 가열로 잡히는데, 생으로 먹는 것에 옮겨가면 방법이 없습니다. 명절 상에 올라가는 겉절이, 과일, 나물이 정확히 거기 해당합니다.

도마는 색이나 그림으로 용도가 구분된 세트를 권합니다. 번호만 적힌 건 결국 아무거나 집게 되더라고요. 칼자국이 잘 안 생기는 재질인지 보세요. 홈이 파이면 그 안은 씻어도 안 닦입니다.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표기가 있으면 관리가 훨씬 수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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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음식 보관 — 명절마다 반복되는 실수 셋

① 뜨거운 걸 그대로 냉장고에 넣습니다
빨리 식히려고 그러시는 건데, 반대입니다. 뜨거운 음식이 들어가면 냉장고 안 온도가 통째로 올라갑니다. 옆에 있던 다른 음식까지 같이요.

한 김 식혀서 넣는 게 맞습니다. 대신 상온에 두는 시간은 짧게. 얕은 그릇에 나눠 담으면 둘 다 됩니다.
② 냉장고를 꽉 채웁니다
명절엔 넣을 게 많으니 빈틈없이 쌓게 되죠. 그런데 냉장고는 찬 공기가 돌아야 차가워지는 물건입니다. 꽉 차면 안쪽까지 냉기가 안 갑니다.

설정은 3℃인데 실제로는 8℃인 칸이 생겨요. 이건 온도계를 넣어보기 전엔 알 방법이 없습니다.
③ 냄새와 색으로 판단합니다
“괜찮아 보이는데?” — 이게 제일 위험한 문장입니다. 살모넬라는 냄새도 색도 맛도 바꾸지 않습니다. 멀쩡해 보이는 음식에 그대로 있어요.

판단 기준은 감이 아니라 날짜와 온도여야 합니다. 그래서 숫자가 필요한 겁니다.

추석 음식 보관 — 이것만 챙기면 됩니다

[ 장 볼 때 ]
  상온 → 냉장 → 육류 → 어패류 순서로 담기
  이동이 길면 보냉백 + 아이스팩(위에 올리기)

[ 만들 때 ]
  달걀·생고기 만진 뒤 손 씻기 (30초)
  칼·도마 구분해서 쓰기
  고기 75℃ / 어패류 85℃ · 1분 이상

[ 보관할 때 ]
  냉장  5℃ 이하
  냉동 -18℃ 이하
  얕고 넓게, 소분해서
  냉장고 너무 꽉 채우지 않기

[ 남은 음식 ]
  사흘 안에 못 먹을 양이면 바로 냉동
  먹을 만큼만 꺼내서 데우기
  데울 땐 속까지 75℃ 이상
  냄새·색으로 판단하지 않기

이렇게 모아놓으면 다 아는 얘기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지키는 것은 다른 문제죠.

차이는 하나입니다. 숫자를 확인할 도구가 집에 있느냐. 5℃인지 8℃인지, 75℃인지 60℃인지 알 방법이 없으면 결국 감으로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감은 9월에 가장 많이 틀립니다. 위의 표가 그 증거고요.

온도계 두 개 값이면 한 끼 외식비도 안 됩니다. 반면에 온 가족이 명절 끝나고 며칠씩 앓으면, 그건 돈으로 안 끝나요. 병원비에 연차에, 무엇보다 그해 명절의 기억이 그걸로 남습니다.

올해 추석 음식 보관은 좀 다르게 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장보기 전에 미리 갖춰두세요. 연휴 시작되면 배송도 늦어지고, 무엇보다 그때는 이미 음식이 다 만들어진 뒤니까요.

식중독 예방 요령과 월별 통계는 식품안전나라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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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6년 9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월별 식중독 발생 건수와 원인균별 통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표한 자료를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인용한 것입니다. 보관 온도와 재가열 중심온도 기준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내한 수치이며, 식품 종류와 조리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문에 묘사한 장면은 특정 가정의 사례가 아니라 명절에 흔히 벌어지는 상황을 일반화한 것입니다. 이미 조리된 음식의 안전 여부는 이 글로 판단할 수 없으며,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때는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리한북스는 언급된 제품을 직접 제조·판매하지 않으며, 제품의 규격과 사용 조건은 구매 전 판매 페이지에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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