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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까지 여드레 남았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통장을 한 번 들여다보게 됩니다. 작년에 얼마를 썼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많이 썼다는 느낌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대충 그만큼 쓰게 됩니다.
이번 달에 추석 비용을 전국 1,000명에게 물어본 조사가 나왔습니다. 숫자를 보니 그 느낌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 올 추석 비용은 한 집 평균 72만 8,630원입니다. — 소비자공익네트워크, 2026년 9월 조사
- “매우 부담된다”는 응답이 60.8%로 작년보다 9.6%p 올랐습니다. 금액은 2%대로 올랐는데 체감은 훨씬 많이 올랐습니다.
- 그런데 홈쇼핑 10년 데이터를 보면 유일하게 줄어든 항목이 주방용품(−38%)입니다. 일은 그대로인데 도구만 안 삽니다.
올 추석 비용, 한 집 평균 72만 8,630원
사단법인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9월 1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20~69세 1,000명에게 물었습니다. 올 추석에 얼마를 쓸 것 같으냐는 질문이었습니다.
| 구분 | 2026년 | 2025년 |
|---|---|---|
| 평균 총지출 | 728,630원 | 712,300원 |
| “매우 부담된다” | 60.8% | 51.2% |
여기서 눈에 걸리는 건 두 숫자가 따로 논다는 점입니다.
금액은 1만 6,330원 올랐습니다. 비율로 2.3%입니다. 그런데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9.6%p나 뛰었습니다. 돈이 늘어난 것보다 힘들다는 사람이 훨씬 많이 늘었습니다.
가구 크기에 따라서는 이만큼 벌어집니다.
4인 이상 가구 907,300원
1인 가구 526,700원
─────────
차이 380,600원
돈은 세 곳으로 갑니다
72만 원이라고 하면 막연합니다. 쪼개 보면 달라집니다.
| 항목 | 금액 |
|---|---|
| 부모님 용돈 | 304,900원 |
| 명절 음식·상차림 | 223,900원 |
| 교통·체류비 | 192,300원 |
사실상 이 셋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항목이 부모님 용돈입니다. 총지출의 40%가 넘습니다.
이 점이 중요한데, 줄이기 가장 어려운 항목이기도 합니다. 음식은 간소화하면 되고 교통비는 시간을 조절하면 됩니다. 용돈은 그런 게 안 됩니다. 작년에 30만 원 드렸으면 올해 20만 원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올해는 여행을 접고 고향으로 갑니다
작년 추석과 올해가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연휴 길이입니다.
9월 24일 (목) 추석 전날
9월 25일 (금) 추석
9월 26일 (토) 추석 다음날
9월 27일 (일)
─────────────────────────
9월 28일 (월) 평일 · 정상 출근
추석 연휴는 일요일과 겹칠 때만 대체공휴일이 붙습니다. 올해는 26일이 토요일이라 해당하지 않습니다. 3·1절이나 어린이날처럼 토요일에도 대체공휴일이 붙는 날과 기준이 다릅니다.
나흘짜리 연휴로는 멀리 못 갑니다. 그래서 계획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 연휴 계획 | 2026년 | 2025년 | 변화 |
|---|---|---|---|
| 귀성 | 44.2% | 36.4% | ▲ 7.8%p |
| 국내여행 | 17.9% | 23.2% | ▼ 5.3%p |
| 해외여행 | 2.8% | 5.7% | ▼ 2.9%p |
작년에는 연휴가 길어서 여행을 갔습니다. 올해는 짧아서 고향에 갑니다. 이 말은 작년보다 더 많은 집이 모이고, 더 많은 상이 차려진다는 뜻입니다.
🔴 10년간 딱 하나만 줄었습니다
여기서 다른 자료를 하나 겹쳐 보겠습니다.
GS샵이 2015년과 2025년의 추석 직전 3주 매출을 비교해 내놓은 자료가 있습니다. 설문이 아니라 실제로 결제된 거래입니다. 사람들이 명절 앞두고 무엇을 샀는지가 그대로 나옵니다.
| 카테고리 | 2015 | 2025 | 매출 변화 |
|---|---|---|---|
| 건강용품·건강식품 | 7.0% | 15.3% | +103% |
| 식품 | 9.3% | 17.9% | +80% |
| 주방용품 | 8.0% | 3.3% | −38% |
먹는 것에 80% 더 씁니다. 건강에는 두 배를 씁니다. 그런데 주방용품만 38% 줄었습니다.
이걸 “요즘은 명절 음식을 안 해서”라고 읽기 쉬운데, 앞의 조사와 같이 놓고 보면 말이 안 맞습니다. 올해 귀성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상차림에 22만 3,900원을 씁니다. 음식은 여전히 만들고 있습니다.
줄어든 건 음식이 아니라 도구입니다.
재료값은 해마다 오릅니다. 그건 안 줄일 수가 없습니다. 용돈도 못 줄입니다. 그래서 줄일 수 있는 데를 줄이는데, 그게 하필 일을 덜어주는 물건이었습니다. 10년째 그렇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냐면, 명절 아침마다 10년 된 프라이팬으로 전을 부치게 됩니다. 22만 원어치 재료를 사면서 3만 원짜리 도구를 안 사는 셈입니다.
가장 큰 항목 — 부모님 용돈 30만 4,900원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제일 큰 항목부터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사람들이 명절에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도 물었습니다.
| 순위 | 중시하는 가치 | 비율 |
|---|---|---|
| 1 | 가족·친지와의 시간, 관계 유지 | 24.7% |
| 2 | 실용성 | 16.9% |
| 3 | 가격 | 15.5% |
| 4 | 건강 | 14.0% |
2위가 실용성, 4위가 건강입니다. 홈쇼핑에서 건강용품 매출이 두 배로 뛴 것과 방향이 같습니다.
현금 30만 원을 드리는 게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부모님이 직접 쓰실 수 있으니까요. 다만 현금만 드리면 다음 날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30만 원 예산을 다 현금으로 드리기보다, 일부를 물건으로 바꾸는 집이 늘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먹는 쪽과 쓰는 쪽입니다. 홍삼은 부모님 댁에 이미 있는지부터 확인하세요. 겹치기 제일 쉬운 선물입니다. 마사지기는 무게를 보세요. 1kg을 넘으면 어깨에 걸치는 형태라도 오래 못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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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추석까지 여드레입니다. 명절 직전에는 물량이 몰려 평소보다 배송이 밀립니다. 로켓배송이 아닌 상품은 도착 예정일이 25일을 넘기는지 주문 화면에서 확인하고 담으세요.
상차림 22만 3,900원 — 도구는 10년째 그대로
두 번째 항목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본 주방용품 −38%가 정확히 여기서 부딪칩니다.
명절 음식 중에 손이 제일 많이 가는 게 전입니다. 동그랑땡, 동태전, 호박전, 산적까지 하면 부치는 시간만 두세 시간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평소 쓰던 프라이팬 하나로 그 시간을 버팁니다.
왜 오래 걸리냐면, 이유가 간단합니다.
- 면적 — 일반 프라이팬에는 동그랑땡 대여섯 개가 한계입니다. 판이 넓으면 한 번에 열댓 개가 올라갑니다
- 온도 — 가스레인지는 불을 아무리 줄여도 가운데가 먼저 탑니다. 전은 낮은 온도에서 오래 익히는 음식입니다
- 자리 — 레인지 화구를 전이 차지하면 국이며 나물을 할 자리가 없어집니다
전기 그리들은 이 셋을 한 번에 풉니다. 식탁 위에 올려놓고 부치면 화구가 통째로 비고, 판이 넓어 회전이 빨라집니다.
가격대는 3만 원 안팎부터 시작합니다. 재료비 22만 원에 비하면 7분의 1 수준입니다. 그리고 명절에만 쓰는 물건도 아닙니다. 고기 구울 때, 손님 왔을 때 계속 나옵니다.
전 부치는 용도라면 볼 게 세 가지입니다. 판이 넓은지, 기름받이가 분리되는지, 낮은 온도가 유지되는지. 특히 기름받이는 명절 다음 날 설거지 양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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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끝나고 남는 것
22만 3,900원어치를 만들면 반드시 남습니다. 그리고 남은 음식을 어떻게 두느냐에서 돈이 한 번 더 샙니다.
전을 그릇에 겹쳐 담아 랩을 씌워두면 아래쪽이 눅눅해집니다. 나물은 하루만 지나도 물이 생깁니다. 그렇게 이틀이면 절반이 음식물 쓰레기가 됩니다. 만드는 데 든 시간까지 같이 버리는 셈입니다.
핵심은 종류별로 따로, 공기가 안 닿게입니다.
- 전·산적 — 넓고 낮은 용기에 한 겹씩. 겹치면 아래가 무너집니다
- 나물 — 깊은 용기에 따로따로. 섞으면 냄새가 옮습니다
- 갈비찜·잡채 — 국물이 있으니 밀폐가 확실한 것으로
명절 음식은 종류가 많아서 큰 통 하나보다 작은 통 여러 개가 낫습니다. 주문 전에 냉동실 칸 높이를 한 번 재보세요. 안 들어가는 크기를 사면 그날로 무용지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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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길 19만 2,300원
세 번째 항목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이 항목에 해당하는 사람이 작년보다 7.8%p 늘었습니다.
연휴가 나흘이라 출발이 한곳에 몰립니다. 24일 오전에 거의 전부가 움직이고, 26일 오후에 거의 전부가 돌아옵니다. 길게 쉬는 해처럼 날짜를 흩어서 잡을 여유가 없습니다.
차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몸이 먼저 압니다. 특히 뒷좌석에서 자다 깬 목은 도착하고 나서 하루를 통째로 잡아먹습니다.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일이 시작되는 사람일수록 이게 큽니다.
운전 중에 쓰는 목베개는 목이 고정되면 안 됩니다. 좌우 확인이 늦어집니다. 반대로 뒷좌석에서 자는 사람은 고정되는 쪽이 맞습니다. 누가 쓸지부터 정하고 고르세요.
고를 때 보실 건 턱 받침이 있는지, 세탁이 되는지 두 가지입니다. 명절 이동은 왕복이라 한 번 쓰고 끝이 아닙니다. 커버가 분리되는 쪽이 오래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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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1위는 과일이었습니다 — 4.08점
같은 조사에서 품목별로 부담을 5점 만점으로 매겨봤습니다.
| 품목 | 부담도 (5점 만점) |
|---|---|
| 과일 | 4.08 |
| 축산물 | 3.98 |
| 수산물 | 3.79 |
고기보다 과일이 더 부담스럽다는 답입니다. 사과·배 한 상자 가격을 떠올려 보면 수긍이 갑니다.
과일 선물은 두 가지가 더 걸립니다. 보관이 짧고, 실패하면 티가 납니다. 상자를 열었을 때 물러진 게 나오면 값을 치른 보람이 없어집니다. 게다가 명절에는 과일이 여러 집에서 들어와서 먹기도 전에 상하는 일이 생깁니다.
같은 예산에서 견과류로 바꾸는 집이 느는 건 그래서입니다. 실온에서 오래 가고, 유통기한이 길고, 남으면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주문 전에 제조일자와 개별 포장 여부를 확인하세요. 낱개 포장이면 나눠 드리기도 좋고 눅는 속도도 느립니다. 구성품에 어떤 견과가 얼마나 들었는지도 상세 페이지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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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은 어디서 사느냐로 8만 원이 갈립니다
마지막으로 장 보는 곳 이야기입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9월 첫째 주에 전통시장 37곳, 대형마트 37곳, 온라인 플랫폼 2곳에서 차례상 28개 품목 가격을 조사했습니다. 4인 기준입니다.
| 구입처 | 4인 기준 비용 | 대형마트 대비 |
|---|---|---|
| 대형마트 | 432,062원 | — |
| 온라인 플랫폼 | 370,367원 | −61,695원 |
| 전통시장 | 352,553원 | −79,509원 |
같은 28가지를 사는데 어디서 사느냐로 8만 원 가까이 갈립니다. 전통시장이 가장 싸고, 온라인이 그다음이고, 대형마트가 가장 비쌉니다. 추석 비용을 줄이는 방법 중에 이만큼 확실한 게 없습니다.
품목별로 차이가 큰 것들이 따로 있습니다. 전통시장 쪽이 특히 싼 품목은 깐도라지, 고사리, 동태포, 대추, 송편이었습니다. 손질에 사람 손이 들어가는 품목일수록 격차가 벌어집니다.
한국물가정보가 9월 6일에 낸 조사에서는 전통시장 30만 2,500원, 대형마트 39만 7,700원으로 나왔습니다. 품목 구성과 조사 방식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다만 두 조사가 똑같이 말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전년 대비 1~2% 올랐고,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확실히 싸다는 점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나눠 사는 쪽이 낫습니다. 나물·건어물처럼 손질이 필요한 건 시장에서, 무겁거나 들고 오기 번거로운 건 배송으로. 시장 한 번에 다 해결하려다 결국 마트로 가는 것보다 낫습니다.
흔한 실수 세 가지
명절 직전 사흘은 배송이 가장 밀리는 구간입니다. 도착 예정일이 25일을 넘기면 선물이 아니라 사후 통보가 됩니다. 오늘 기준으로 아직 여드레 남았습니다.
배추, 고기, 나물을 먼저 사두고 도구는 당일에 아쉬워합니다. 순서가 반대여야 합니다. 도구는 배송이 걸리고, 재료는 하루면 삽니다.
평균 72만 8,630원은 어디까지나 평균입니다. 우리 집 작년 카드 내역을 9월치만 열어보면 실제 숫자가 나옵니다. 그걸 보고 정하는 것과 느낌으로 정하는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정리하면
1. 작년 9월 카드 내역부터 열어본다 ← 여기서 예산이 정해짐
2. 선물은 오늘~19일 사이에 주문 ← 배송이 밀리는 구간을 피함
도착 예정일 25일 이전인지 확인
3. 도구가 필요하면 재료보다 먼저 ← 도구는 배송, 재료는 당일
4. 장은 나눠서
손질 필요 품목 → 전통시장
무겁고 부피 큰 것 → 배송
5. 남을 음식의 보관 자리를 미리 비운다 ← 안 그러면 절반이 버려짐
올 추석은 짧습니다. 짧은 만큼 한곳에 몰립니다. 길도 몰리고, 배송도 몰리고, 부엌 일도 이틀 안에 몰립니다.
추석 비용 72만 8,630원 중에 줄일 수 있는 항목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용돈은 못 줄이고 재료값은 정해져 있습니다. 대신 같은 돈으로 덜 고생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홈쇼핑 데이터가 10년째 놓치고 있는 자리가 정확히 거기입니다.
